인공위성 기술 이용 전기차 인버터 초급속냉각 성공

표준연 정욱철·이주현 박사, 전기차 전력 소자 초급속 냉각장치 개발
초열전도체 상전이로 초고속 열 확산·음속 방출…우주·국방 활용 가능

전기차 보급이 활발하다.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이 월등하고 차 구조가 단순하다. 배터리와 모터, 그리고 인버터가 전기차를 구성한다. 인버터는 배터리의 직류 전류를 속도 제어에 유리한 교류로 변환해 고출력 모터에 많은 전기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서 인버터에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더 자세히는 인버터 내 전력 소자(반도체)가 엄청난 전기 저항을 받아 매우 큰 열을 뿜는다. 1㎠ 크기 조그만 소자는 최대 400W의 열을 내는데, 같은 소자 크기의 운전 중인 원자로 열량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전력 소자의 한계 운전온도는 80℃에 불과하다. 테슬라나 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는 발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다양한 냉각 장치를 동원하고 있으나, 전력 소모가 과다하고 열 순환 제어가 어렵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발열은 모든 전자제품의 극복 대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이하 표준연) 열유체표준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욱철·이주현 박사가 개발한 ‘초열전도체 기반 복합방열소자’가 기존 전력 소자의 열 제거 문제를 획기적으로 극복했다.

초열전도체와 상변화 열전달 기술을 응용해 기존 냉각장치보다 월등히 빠른 냉각 속도를 가진 유연한 방열소자로, 전기차 인버터의 냉각 성능을 한껏 개선한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개발은 방열 전문기업 삼진테크(대표 최치영)가 참여한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으로 시장이 원하는 원천기술 개발의 성공적 모델로도 평가받았다.

정욱철 박사는 “인공위성에서 쓰이는 열제어 기술을 활용했다”며 “기존의 한계를 넘어선 다층적 복합냉각체계”라고 설명했다.

◆ 다공질 물질과 유체 상변화를 활용한 열확산과 음속 수준 열전달 실현

우선 열이 발생하는 인버터 전력 소자에 5㎠ 크기 사면 금속용기가 붙는데, 소자에서 발생하는 열을 순식간에 퍼뜨리는 역할로, ‘상변화 열전달 및 증기유동 기반 고속 열확산기기’로 명칭한다.

비결은 용기 내에 담는 일종의 미세기공 금속판인 ‘다공질 윅(Wick)’. 열전도도가 뛰어난 청동 입자로 만든 다공질 윅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기공이 가득하다. 또한 열 순환을 돕는 작동유체가 용기 내 존재한다.

다공질 윅에 액체상태의 작동유체가 채워지면 모세관 압력차가 생긴다. 이로 인해 상단부 공간에 있는, 열을 받아 증발된 증기상태의 작동유체가 방향성을 갖고 흐르면서 열을 확산시킨다. 이런 구동 원리는 ‘히트 파이프 기술’이라고 하며, 전력 소자의 국부적인 온도 상승을 막는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열 확산기기를 통해 확산된 열은 ‘피동형(자연순환식) 2상 열수송 기기’를 통해 배출된다. 이 장치에도 다공질 소결체와 작동유체가 있어, 흡수된 열이 미세기공에 머문 유체를 상변화 시켜 고속 유체유동에 필요한 압력 차를 만든다.

압력에 의해 열을 흡수한 증기상태의 작동유체는 관을 따라 방열기로 이동하고, 방열기에서 열을 방출해 액화된 작동유체가 다시 관을 타고 돌아오는 순환구조를 갖는다. 순환속도는 열 이동 한계속도인 음속에 육박한다.

배출기와 방열기를 잇는 관은 유연한 호스로 연결 가능한데, 기존 유사 기기가 구현하지 못한 기능으로 다양한 제품 적용에 유용하다. 현재 관의 최대 유효 길이는 60cm로 전기차 내부 삽입이 가능하다.

정 박사는 “이번 시스템은 ‘루프 히트 파이프(LHP)’라는 가장 진보된 형태의 열전달 장치로 인공위성에서 쓰이는 우주기술”이라며 “표준연의 독보적인 열 제어 기술이 투입됐다”고 자부했다.


◆ 우주·국방 강국 기술 수준에 근접 성과…상용 전기차 적용, 국가 경쟁력·국민 생활 보탬

연구팀은 피동형 2상 열수송 기기의 성능 목표를 올해 0.3K/W로 설정했으나, 개발 후 실제 측정값은 기대보다 높은 (0.19~0.11)K/W를 기록했다. 정 박사는 “열방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값이다”라고 말했다.

다공질 소결체가 삽입된 판형 열확산기기 성능도 탁월하다. 열확산 성능시험 결과 11200W/(mK)에 도달했는데, 약 400W/(mK)의 열전도도를 갖는 구리 대비 28배 성능이다.

이번 성과는 전기차용 초고속유속 전력반도체 소자의 열확산·열수송 분야에선 국내 최초로 시도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주·국방 강국 미국과 러시아가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 분야에 한국이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폐쇄적인 조건에서 고도의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해야 하는 인공위성과 전투기, 고출력 레이더에 열제어 기술은 필수다.

이주현 박사는 “개발 첫해에 선진국이 보유한 기술 수준의 절반 이상 성능을 달성했다”며 “후속 연구개발로 선진국에 상응하는 성능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개발된 장치는 특허 출원 중으로, 참여기업인 삼진테크에 이전돼 실제 전기차 부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덕분에 운전자는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더 멀리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매출과 고용을 증대하며 수입품을 대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온도 측정클럽’의 간사로 활동했던 정 박사는 “산업현장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측정클럽에도 소개했다”며 “측정클럽은 사용자와 수요기업을 위한 기술을 찾아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출연연 연구자의 근원적 물음에 답을 제시해줄 곳이라고 본다”고 밝혔다.